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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성향은 타고나는 걸까, 만들어지는 걸까
정치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같은 사실을 보고 왜 이렇게 다른 결론이 나올까. 상대가 정보를 몰라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보를 더 준다고 의견이 바뀌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렇다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1. 유전의 영향이 있다는 연구들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에서 정치적 태도에 유전적 영향이 일부 관찰된다는 결과가 여러 차례 보고되었습니다. 따로 자란 일란성 쌍둥이가 함께 자란 이란성 쌍둥이보다 정치 성향이 비슷하게 나타나는 식입니다.
다만 이것을 정치 성향 유전자가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 연구자들이 말하는 것은 특정 정당 지지가 유전된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에 대한 개방성이나 불확실성에 대한 민감도 같은 기질적 특성이 유전의 영향을 받고, 그 기질이 정치적 태도에 간접적으로 반영된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물려받는 것은 결론이 아니라, 결론에 이르는 성향입니다.
2. 도덕의 기준이 다르다는 설명
정치적 차이를 도덕 감각의 차이로 설명하려는 이론도 있습니다.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가 제시한 도덕 기반 이론이 대표적입니다.
이 이론은 사람들이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사용하는 기준이 여러 갈래라고 봅니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배려, 공정함, 집단에 대한 충성, 권위에 대한 존중, 신성함, 자유 같은 것들입니다.
하이트의 주장은 진보 성향인 사람들이 배려와 공정에 크게 의존하는 반면, 보수 성향인 사람들은 여섯 가지 기준을 비교적 고르게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같은 사안을 두고도 서로가 상대를 도덕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고 설명합니다.
이 이론은 널리 인용되지만 비판도 있습니다. 기준의 개수와 분류가 자의적이라는 지적, 문화권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지적, 그리고 보수를 도덕적으로 더 풍부한 쪽으로 읽히게 만든다는 비판이 대표적입니다. 정설이라기보다 유력한 설명 틀 중 하나로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3. 환경이 만드는 부분
타고나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환경의 영향이 작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구체적인 입장은 대부분 경험에서 만들어집니다.
- 청년기에 겪은 사회적 사건. 이 시기의 경험이 이후 수십 년의 정치적 태도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많습니다.
- 경제적 위치와 그 변화. 소득과 자산 상태가 바뀌면 관련 쟁점에 대한 입장도 이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주변 관계망. 가족, 친구, 온라인 공간에서 반복적으로 접하는 관점은 강한 영향을 미칩니다.
- 교육과 접촉 경험. 다양한 배경의 사람을 실제로 만나본 경험은 태도에 영향을 준다고 보고됩니다.
4. 그래서 결론은
타고난 기질이 방향의 밑그림을 그리고, 살아온 경험이 그 위에 구체적인 내용을 채운다고 보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무난한 설명입니다.
이 관점이 실용적으로 주는 이점이 하나 있습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볼 때, 그가 정보가 부족하거나 나쁜 의도를 가졌다고 단정하기 전에 다른 기질과 다른 경험을 통과해왔을 가능성을 떠올리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것만으로 의견이 좁혀지지는 않지만, 대화가 가능해지는 출발점은 됩니다.
자주 나오는 질문
Q. 부모와 정치 성향이 비슷한 것은 유전 때문인가요?
유전과 환경이 겹쳐 있어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같은 기질을 물려받은 동시에 같은 집에서 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기 때문입니다. 연구들은 두 요인이 모두 작용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Q. 정치 성향은 바뀔 수 있나요?
바뀝니다. 다만 논쟁을 통해 바뀌는 경우는 드물고, 생활 조건의 변화나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서서히 이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성향이 다른 사람과는 결국 이해가 불가능한가요?
의견의 일치와 상대의 이해는 다른 문제입니다. 끝까지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화가 가능해지는 지점은 대부분 후자입니다.
Q. 청소년기에는 정치 성향이 아직 없는 건가요?
없다기보다 아직 형성되는 중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오히려 청소년기는 정치적 태도가 만들어지는 데 결정적인 시기로 지목되는 구간입니다. 이 시기에 무엇을 보고 겪었는지가 이후 오랫동안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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